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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홍님의 첫 개인사진전 "Time is ~ing"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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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프맨 2009. 11. 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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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이루의 필름으로 찍는 사진"의 저자 이자..

현 포토마루 현상소(충무로) 사장님이신 이루님께서..

인터넷 필름동호회 "필름으로 사진찍는 사람들"에 쓰신 글입니다..

 

 

정재홍님의 첫 개인사진전 "Time is ~ing"에 부쳐

 

언제부터인가 손님 한 분이 한 주일이 지날 때마다 중형 필름 한 롤씩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상된 그 필름을 보고 깜짝 놀랐다.
6x7의 판형으로 촬영된 중형 120 필름 한 롤에는,
컷마다 대략 서너 시간 이상은 걸려야 촬영되었을 법한 장시간 노출 컷 열 컷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그 손님이 바로 정재홍(핌프맨) 님이다.
지난 11월 10일부터 충무로에 새로 문을 연 조그만 현상소의 전시공간 "포토마루"에서
작은 개인 사진전을 한 달간 갖고 있다.

 

"Time is ~ing"는 정재홍님의 이런 장노출 작업의 주제이자 타이틀이다.
약 15점의 장노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이 사진들 하나 하나마다 촬영기종, 장소, 노출시간, 사용된 필름, 사용된 ND필터 등
자세하고 상세한 촬영 데이터까지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다섯 시간, 여덟 시간 등의
긴 노출로 촬영된 컷은 마치 다섯 시간, 여덟 시간을 들여다보아야 끝이 보일 것만 같은
깊이를 가진 듯한 느낌으로 다가선다.

 

정재홍님이 사용하는 카메라는 6x7 판형을 가진 마미야 RB67이다. 렌즈는 표준인 90mm.
디지털이 없던 시절 꽤 오랜동안 증명사진과 결혼사진계에서 대활약을 펼쳤던 기종이지만,
디지털의 등장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지금은 무척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게 된,
동급의 중형 카메라 치고는 대단히 크고 무거운 기종이다.

 

이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다가 흐르는 시간을 담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으면,
삼각대를 펴고 카메라를 장착한 뒤 노출을 계산하고 적당한 필터와 시간을 결정한 뒤
시계를 보고 릴리즈를 눌러 셔터를 개방한 뒤 그 자리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인근 건물의 관리인이나, 공무원이나, 경찰이 다가와서 뭐 하시는 분이냐고 묻기도 하고,
촬영을 제지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정재홍 님의 대단한 점은, 그의 필름을 직접 보았을 때 알게 되는 컷들의 완벽함이다.
그의 필름 한 롤에는 열 컷이 촬영된다. 보통 필름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우리는,
비록 한 롤을 다 촬영했더라도 노출에 실패하거나, 구도가 잘못되거나,
혹은 공셔터를 날리거나 하는 등의 크고 작은 실수를 하게 된다.
어쩌면 한 롤에서 한 컷을 건지면 성공이라는 우스개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얘기다.
그런데 정재홍님의 필름에는 적정한 노출로 열 컷이 실패하는 일 없이 고스란히 담겨 있곤 했다.
그냥 스냅사진의 촬영도 아니고, 스튜디오 촬영도 아니고,
상황이 급변하고 장소에 따라 감잡기 어려운 장시간 노출만으로 한 롤을 꽉 채우고도, 그 완벽한 노출들이라니!

 

둘째로 놀라운 점은 그의 열정이다.
대략 컷당 2시간만 생각해도 한 롤 촬영에는 셔터를 개방하는 시간만 20시간이 계산된다.
촬영장소와 프레임을 구상하고, 이동하고,
설치하고 고민하는 시간까지 합친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을 것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깨어있으면서, 일주일에 한 롤씩 촬영하기 위해서 그가 얼마나 부지런하게,
또 열정적으로 촬영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촬영한 수많은 컷들 중 열 다섯 컷을 골라 작게 개인 사진전을 열고 있다.
정말이지 한 컷 한 컷이 놀라울 뿐이다.

 

현장에서 그의 사진을 감상해보면,
단지 그의 사진이 카메라를 삼각대 위에 올려 놓고 시간만 보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하나 하나 상식을 뛰어 넘는 상상,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한 컷 한 컷에 담겨 있다.
시간의 궤적이란 것은 우리가 비교적 흔히 접하게 되는 밤하늘 별의 일주 사진이나,
텅 빈 거리나, 지나가는 자동차 불빛의 궤적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번 사진전에도 이런 세 가지 주제의 사진들이 전시되고 있음에도)

 

정지해 있는 사진에서 보여지는 살아 움직이는 시간들의 꿈틀거림,
그것이 그의 사진이 가지고 있는 힘이며, 앞으로도 그가 계속해서 이루어 갈 작업들의 연장선에서,
그가 이루어낼 시간과 상상력, 그리고 열정의 산물이 얼마나 거대해질 수 있을지 무척 큰 기대를 갖게 하는 점이다.

 

틀림없이 단언하건대,
이 작은 전시회에서도 처음 접하는 그의 사진이 당신에게 줄 신선한 충격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이상일 것이라는 점이다.
전시회의 진국이 될 몇몇 작품들에 대해서는 미리 코멘트하지 않는다. 와서 직접 감상하시는 편이 아무래도 좋다.
그것은 이미 "장노출"이라는 단어 하나에서조차 스포일러일 것이므로.

 

기억해두시기 바란다. 그의 이름은 정 재 홍, 닉네임은 핌프맨이다.


2009.11.16 이루

 

 

 

다시한번 개인전을 열어주시고..

좋은 글까지 써주신 이루님께..

대단히 고맙고 감사하단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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